여자 친구가 쓴 글입니다.

결혼을 결심하고 난 뒤, 가장 큰 걱정은 이었다.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싸다고들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포항 출신인 나의 서울 자취 경력은 11년째에 접어들고 있으나 대부분 월세 살이었다. 최근 몇 년은 언니네 집에 얹혀살았다. 그러고 보니 언니네 신혼집에 형부보다 먼저 들어가 방 한 칸 차지하고 산 세월이 벌써 6년째다. (형부야, 미안.)

지인들에게 결혼한다고 하니 집은 구했어?”, “집은 어떻게?”, “어느 동네에?”, “전세로?” 등등의 말이 돌아왔다. 마치 결혼해요.” - “집은?”이라는 말이 애초부터 한 쌍이었듯, 어김없이 말이다.

내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서울·대구·포항에 골고루 살림을 차렸다. 나이가 들면서 참 신기하고 재밌는 게, 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머리모양으로 비슷비슷한 삶을 살던 우리가 지금은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거다. 자신의 환경과 꿈, 노력 여하에 따라 우리는 각자만의 인생항로로 나아갔다. 대학 진학과 사회 진입, 무엇보다 결혼이 그 분기점이 됐다.

3명은 서울에서, 4명은 대구와 포항에서..

최근 2년 간 7명의 친구가 결혼을 했다. 3명은 서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2명은 대구, 2명은 포항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이 중에 자기 집을 소유한 친구는 단 1명이다. 친구들 중 2명을 제외하곤 모두 대출을 받았다. 적게는 3000만 원에서 많게는 5000만 원이다. 헌데 이들이 마련한 집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

일단 한 친구는 12000만 원으로 자기 소유의 집을 마련했다. 대출도 없다. 거기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79.2(24) 아파트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넓은 공원이 펼쳐지며, 베란다 창문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모두가 이 친구를 부러워했다. “신혼부부가 대출 없이 시작하는 게 얼마나 큰 이득인 줄 아느냐”, “남들과 출발선부터 다르다며 부러움을 표출했다.

다른 한 친구는 8500만 원으로 79.2아파트에 전세로 신접살림을 차렸다. 은행에서 3000만 원을 빌려야했지만, 요즘 집구하는 데 이 정도 대출은 기본옵션이나 마찬가지이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형편이 아주 나은 축에 속한다. 이 친구들의 공통점은 포항에 신혼집을 마련했다는 거다. 대구에 살림을 차린 다른 두 친구 역시 위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에 신혼집을 마련하는 친구들의 상황은 다르다. 비슷하게 3000~5000만 원의 은행대출을 받았지만 모두 39.6~46.2(12~14)의 빌라다. 상황이 이러니 비교가 아니 될 수 없다. 모두가 알다시피 서울에서 아무리 낡아도 79.2아파트를 전세 8500만 원에 들어갈 수 있나? 결국 같은 대출이라도 친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전혀 다르다는 거다.

대구와 포항에 있는 친구들은 말한다. 빌라는 다소 건물이 오래되거나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 아파트를 선택했다”, “대부분의 신혼은 아파트에서 시작을 한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말한다. 우리 가진 돈으론 아파트는 꿈도 못 꾼다. 그나마 깨끗한 빌라에 들어가는 것도 나은 축이다.”

모든 신혼부부가 깨끗한 빌라’, ‘아담한 아파트를 원할 것이다. 그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굳이 눈높이가 올라갈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을 뿐이다.

집구하기를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된 거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 달 반가량을 인터넷으로만 알아봤다. 그리고 최근 2주간 원하는 지역에 발품을 팔았다. 헌데 인터넷으로만 알아보는 게 더 마음이 편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현실은 마음을 어렵게 만들었다.

모두들 말한다. “신혼 때는 작게 시작해도 돼”, “좀 허름해도 꾸며놓기 나름이야”, “대출을 조금만 더 받아”, “대출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정 안 되면 경기도로 나가.”

다 맞는 말이다. 헌데 같은 금액에도 서울과 다른 지역의 격차가 너무 크니 간혹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이건 삶의 질의 문제가 아닌가. 인구과잉의 서울이라고, 정책의 문제라고, 뭐 이유와 원인은 많을 것이다. 모르고 시작한 서울 생활도 아니니 구시렁거릴 것도 없다.

헌데 나이가 들수록 대구와 포항에 자리를 잡은 친구들이 부럽다. 지금 가진 돈만으로 작게 시작도 될 것이고, 좀 더 나은 환경을 원한다면 대출을 조금만 얹히면 될 것이고, 작아도 좀 더 여유로울 수 있으니 말이다. 집뿐만이 아니다. 일단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니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물가가 싸니 서울보다 덜 아등바등 살아도 된다.

‘서울밖으로를 외쳐온 나로서는 이번 신혼집 구하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에겐 좋은 집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다 나은 집을 위한 대출과 허리 조름보다는, 보다 깨끗하고 넓은 집을 위한 삶의 가치 수정보다는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그럼에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건, ‘서울은 참 집값이 비싸고, 요즘은 전세조차 없다는 거다.

[신혼집 구하기 프로젝트]4~5일에 한 번씩 발행될 예정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