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나는 오늘 나의 엄마에게 너를 맡기고 나와 일을 하고 있다.

네가 80일쯤 됐을 때,

'100일 만에 복직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 뒤.

차오르는 답답함과 날로 커지는 피로감에

수도 없이 짜증을 내고, 몇 번을 울고, 몇 번을 포항으로 내달았지.

그럼에도 나는 또 이렇게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다.

 

엄마가 되어도 나는 아직 철딱서니 없는 딸인지라

여전히 "엄마, 나 힘들어! 엄마가 해줘"라며

이제는 육아전선에서 은퇴해도 마땅한 엄마를 다시 불러들였지.

 

아이야.

나는 몇 푼을 벌겠다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할머니 등에 업혀서도 눈은 늘 나를 따르던 너를 두고.

엄마 껌 딱지인 손주라 더 힘에 부치는 나의 엄마를 두고.

 

10kg에 육박하는 널 업은 나의 엄마는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다.

나의 엄마의 주름이 나로 인해 더 깊어지는 듯하여 마음이 아린다.

 

아이야.

너는 기억할 수 있겠니?

외할머니의 사랑을.

나는 네가 그 사랑을 잊으면 진심으로 섭섭하고 화가 날 것 같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가장 화가 날 것 같다.

환갑에 다다른 엄마를 다시 육아전선에 끌어오고,

엄마가 필요한 너를 할머니 등에 둔 나의 무능력함에.

 

아이야.

우리 기억하자. 외할머니의 사랑을.

어여 일 끝내고 너와 나의 엄마에게로 달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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