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텃밭의 첫 수확!옥상텃밭의 첫 수확! 상추!

오늘 직접 기른 상추를 따먹었다. 한 달가량 햇볕에 내놓고 아침마다 물만 줬을 뿐인데, 무럭무럭 자랐다. 뿌듯하다. 아마도 이런 게 수확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삼겹살을 꼭 감싸 안은 녀석들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옥상에 텃밭을 가꾼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언덕 위의 빌라 5층에서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즐거움 중에 하나가 텃밭을 꾸미는 일이다. 사실 다른 집처럼 베란다에 텃밭을 가꾸고 싶었다. 하지만 동향인 우리 집에는 햇볕이 오전에 잠깐 들다가 곧 사라진다.

베란다에 텃밭을 꾸밀 수 없다는 사실은 내게 좌절감을 안겼다. 지난해 여름 아내와 결혼할 때, 혼수로 텃밭용 화분 2, 상추씨, 흙더미를 받았던 터였다. 또한 그 흙더미를 들고 5층 문 앞에 섰던 땀범벅의 택배 기사를 생각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그때 발견한 희망의 공간이 바로 옥상이다. 처음 맞닥뜨린 옥상은 황량했다. 한 여름 옥상에는 에어컨 실외기 몇 대만 뜨거운 바람을 내뱉고 있었다. 몇 가닥의 빨래 줄은 축 늘어져있었다. 버려진 옥상이었다. 우리 부부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방해받지 않고 텃밭을 꾸밀 수 있으니까.

옥상텃밭의 시작

싹을 틔운 상추, 그러나...싹을 틔운 상추, 그러나...

우리 부부는 옥상에 혼수로 받은 텃밭용 화분 2개를 놓았다. 그곳에 상추씨를 뿌리고 흙을 덮었다. 지난해 가을이었다. 상추는 금방 싹을 틔웠다. 조금씩 상추다워졌다. 어린 상추는 참 귀여웠다. 하지만 곧 찬 바람이 불었다. 비닐을 덮어 비닐하우스를 만들었지만, 상추는 더 자라지 못했다. 그렇게 겨울이 왔다. 눈물을 머금고 얼어붙은 상추를 흙으로 덮었다.

곧 따뜻한 봄이 왔다. 부푼 기대를 안고 상추씨를 뿌렸다. 매일 아침 물을 뿌렸다. 며칠이 지나도 화분 안은 조용했다. 지난 가을에는 상추 싹이 금방 나왔다. 뭐가 잘못 됐을까. 어떻게 해도 상추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 누구나 도시농부가 될 수 없겠지.’ 씁쓸했다.

그 뒤 아내와 함께 찾은 재래시장. 꽃가게에서 갖가지 채소의 모종을 싸게 팔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보자.' 방울토마토와 피망 모종 4개씩을 샀다. 방울토마토는 잘 자란다기에 샀고, 피망은 아내가 좋아하기에 구입했다. 그리고 길 가다가 남의 집 앞에 버려진 스티로폼 3개를 주어왔다. 유기농 흙을 주문했다. 화분과 스티로폼에 모종을 옮겨 심었다. 상추씨도 다시 뿌렸다.

아내 뱃속에 있는 봄이동생이라는 뜻으로, ‘여름이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정성을 다해 아침에 물을 뿌렸다. 그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무럭무럭 자랐다. 상추는 따달라는 듯 스티로폼 화분을 가득 채웠다. 방울토마토에는 꽃이 달렸고, 곧 그 자리에 조그마한 방울토마토가 열렸다.

이렇게 무럭무럭 자랐어요.

저 탐스러운 방울토마토를 보시라!

하지만 최대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피망이었다. 방울토마토와 비교해 자라는 속도로 너무 느렸다. 무엇보다 피망 잎에는 진딧물이 가득했다. 이 벌레들이 잎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농약을 쓰고 싶었지만 참았다. 민간요법을 찾았다. 우유를 뿌렸다. 그 뒤 진딧물은 많이 없어졌지만, 피망 잎에는 아직도 우유의 흔적이 남아있다. 피망의 성장은 아직 더디다. 아픈 손가락에 마음이 많이 쓰인다.

앞으로 우리 부부의 텃밭은 어떻게 변해갈까. 찬찬히 그 이야기를 여기에 풀어놓을 생각이다. (안타깝게도 사정상 연재를 중단했습니다. 2015년에 다시 한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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