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고 변기에 앉았어요.”

얼마 전, 아내는 충격 고백을 했다.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짠했다. 주말이나 휴가 때 아이를 돌보면서, 단 한 순간도 맘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내는 우는 아이를 업고 식탁에 선 채 밥을 먹어야했고, 갓 잠든 아이를 깨울 수 없어 아이를 업은 채 화장실에 가야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장난감이다. 아이가 10분이라도 장난감에 정신을 빼앗긴다면, 엄마 아빠는 숨을 돌리거나 밀린 집안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장난감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모빌에 잠깐 관심을 둘뿐, 계속 놀아주지 않으면 아이는 곧 울음을 터트린다.

지난해 12월 아이가 태어나고 한 달 뒤, 페친이 아이가 쓰던 아기체육관을 분양했다. 많은 이들이 신청했다. 검색해보니, 인기 있는 장난감인 것 같아 나도 손을 들었다. 운 좋게도 당첨됐다. 아기체육관이 대단한 물건이라는 걸 그 뒤에 알았다. 아기체육관 앞에 국민이라는 글자가 붙었으니까.

아기체육관은 생후 3개월부터 쓸 수 있다고 해서, 쓱쓱 닦아놓은 뒤 기다렸다. 하지만 아이는 생후 3개월을 맞았지만 아기체육관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결국 우리 부부는 우리의 체력으로 아이와 놀아줬고, 슬슬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토요일, 아이를 데리고 아내의 친구 집에 놀러갔다. 아내 친구에겐 17개월된 딸 하윤이가 있다. 긴 연륜답게, 꽤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 아기체육관과 비슷하면서도 복잡한 에듀테이블이란 장난감이 있었다. 아내의 친구가 아이를 그 앞에 뒀다. 아이는 버튼을 누르며 관심을 보였다. 곧 아이가 보내는 텔레파시가 들리는듯 했다. ‘아빠, 이거 사주면 안 돼?’ 아이는 내 텔레파시 답변을 들었을까. ‘집에 아기체육관 있잖아.’

지금껏 우리 돈으로 산 장난감은 거의 없다. 대부분 처형이나 다른 육아 선배들한테 물려받았다. 여기에 아이가 어려 아직 장난감을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과 맞물려, 장난감을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관심을 두는 장난감이 생기니, 고민이 깊어졌다. 사줘야하나. 일요일 내가 아이를 돌볼 때, 아내는 노트북으로 에듀테이블을 검색했다.

가격은 6만 원을 웃돌았다. 나는 천천히 알아보자고 했고, 아내는 나도 여유롭게 밥 좀 먹고 싶어요. 사면 안돼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도 선뜻 결정을 하지 못했다. 집에 있는 아기체육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일요일엔 집안일로 바쁘다. 아이를 돌보는 일을 빼더라도, 청소와 빨래, 요리와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부부가 밥을 먹기 위해 거실을 비우자, 아이는 어김없이 찡찡거렸다. 급한 마음에 범보 의자에 앉은 아이 앞에 아기체육관을 뒀다.

어라? 아이가 아기체육관에 흥미를 보였다.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손으로 버튼을 눌렀다.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렇게 10분이 흘렀다. 아, 드디어 우리 집에도 봄이 오는구나!

아내의 또 다른 친구는 얼마 전 쏘서를 대여한 후, 처음으로 여유롭게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갔다고 했다. 쏘서가 뭔지는 모르겠다. 아기체육관, 에듀테이블, 범보 의자, 쏘서... 이제 나도 아이 장난감 세계에 빠져들었다. 장난감이 우리 부부를 구원해주겠지. 검색해보니 생후 6개월 된 남자 아이한테는 점퍼루가 최고란다. 곧 점퍼루를 대여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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