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면, 더 어울렸을 포즈. 너 아빠한테 항의하는 거지?

어제의 일이다. 갓난아이를 데리고 서울 서대문구 집에서 출발해, 경기도 안양시 본가로 향했다. 여기서 질문. 우리 세 식구는 어떻게 갔을까.

직접 차를 몰고 가면 좋겠지만, 차가 없다. 아 참, 근처에 사는 친한 형에게 15년 된 아반떼를 빌릴 수 있다. 하지만 형도 세 살배기 딸을 데리고 처가에 간 탓에 차를 빌릴 수 없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했을까.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기 전, 전철을 이용했다. 6호선 증산역에서 탄 뒤, 합정역(6호선2호선)과 신도림역(2호선1호선)에서 갈아타고 석수역까지 가는 여정이다. 갓난아이는 이 여정을 소화하기 힘들 것이다. 아이를 안고 짐을 잔뜩 든 우리 부부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택시는 어떨까. 2만 원가량의 요금이 나오겠지만, 자주 타는 게 아닌 이상 큰 부담은 아니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손님을 빨리 데려다주고, 다음 손님을 받아야 한다. “천천히 가주세요라고 해도 과속방지턱을 사뿐히 넘는 택시는 거의 보지 못했다. 얼마 전 갓난아이를 안고 택시를 탄 아내는 앞으로는 되도록 택시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럼 이쯤에서 정답을 공개해야겠다. 서울역까지 처형네 차를 얻어 탄 뒤, 서울역에서 광명역까지 KTX를 이용했다. 이곳에서 집까지는 차로 10. 아빠가 마중 나왔다. 또 다시 질문. 집으로 돌아갈 땐 어떻게 갔을까. 우리 손에는 아이의 100일상에 올라간 떡, 잡채, 각종 반찬이 들렸다. 결국 동생이 나섰다. 부모님 차로 우리를 태워줬다. 동생은 다시 안양으로 가 부모님께 차를 돌려주고, 서울 금천구의 집으로 향했다.

참 미안한 일이다. 아이가 태어난 뒤, 아이와 함께 이동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차가 없는 탓에, 마땅한 교통수단을 찾기 힘들다. 결국 다른 누군가를 수고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많지 않다.

차를 살까.

차를 최대한 늦게 사고 싶다. 작은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 우리 부부의 가장 큰 소원은 더 넓은 집, 더 좋은 집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 차를 산다면, 우리의 꿈은 몇 년 미뤄질 것이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한다. 차가 있다 해도 꽉 막히는 출퇴근길에는 대중교통을 타는 게 여러모로 낫다. 주말이라고 항상 어디론가 가는 건 아니다. 결국 차를 세워두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험료나 세금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수천만 원을 들여 주차장에 차를 전시할 의도가 아니라면, 차를 사는 건 실용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뒤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차를 사는 데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막대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차를 사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큰 폐를 끼칠 것이다. 친한 형한테 차를 빌리는 것도, 처형네 차를 얻어 타는 것도, 아빠나 동생에게 태워달라는 것도 참 미안한 일이다.

차를 사야할까. 곧 이사도 가야 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돈도 많이 들어갈 텐데.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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