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기저귀를 갈기 전에 찰칵!


크리스마스에 봄이가 집으로 왔다. 조리원에서 나온 후 처음 아기와 집에 왔을 때 부모들이 느끼는 멘붕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우리의 경우, 다행히 장모님이 며칠 봐주신다고 해서 안심이 됐다.

봄이의 사촌누나 유라도 봄이를 보고 싶다며 달려왔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가는 일곱 살 유라가 봄이를 안는 모습에 온 집안은 훈훈해졌다. 우리에겐 멘붕 따윈 없었다. 오랫동안 기억될 행복한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봄이는 조리원에서 먹고 자고, 자고 먹는다. 봄이가 울면, 난 수유패드를 무릎에 얹고 봄이를 안는다. 아내가 유축해놓은 모유를 먹인다. 꿀꺽꿀꺽 잘 먹는다. 먹고는 자야, 모두가 편하다. 그런데, 봄이는 집에서 잘 안잔다. “봄이를 재우라는 아내의 명령이 떨어졌다. 봄이가 아빠의 목소리에 익숙해지도록 계속 말을 걸라는 주문도 있었다. 봄이를 높이 들어 어깨로 안은 뒤 집 구석구석을 거닌다. 집이 작아 제자리를 맴돈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 싶다.

봄이의 목이 뒤로 꺾이지 않게 허리를 뒤로 약간 젖힌다. 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 허리가 아프다. 봄이의 몸무게가 4kg를 넘는 탓인지 봄이를 안은 채 10분을 넘기니 팔도 아프다. 이제 시작인데, 어쩌나 싶다. 아내 몰래 침대방으로 가, 봄이를 침대에 눕혔다. 불도 껐다. “봄이야, 잘자.“ 아빠 미소에도 봄이는 찡찡거릴 뿐, 안 잔다. 결국 난 임무에 실패했고, 아내와 어머님이 한동안 고생했다.

리스마스 하루 동안 기저귀를 몇 번이나 갈았을까. 잘 먹는 봄이는 오줌도 잘 싼다. 기저귀를 계속 갈다보니 손에 익었다. ‘육아 별거 아니네.’ 오만은 비극을 부른다.

방안에서 뿌직 소리가 났다. .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다시 뿌지직 소리가 났다. 어머님이 봄이의 기저귀를 열었다. 설사였다. 이 모습을 본 나와 아내는 몸이 굳었다. 처음 경험해보는 상황이다. 어머님이 봄이의 기저귀를 갈려는 순간, 다시 한 번 뿌지직. 봄이의 항문에서 터져 나온 설사는 기저귀를 넘어서 카펫에 떨어졌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어머님이 대부분 치웠다. 카펫에 노란색 흔적만 남았다. 물티슈로 열심히 닦았다. 노란색은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 어머님께 카펫을 빨자고 했다. 어머님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앞으로 계속 똥 싸고 여기저기 묻을 텐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는 악몽으로 끝났다. 이튿날인 오늘 내 손에 봄이의 똥이 묻었다.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자, 어머님이 말씀하신다.

이제 시작인데 괜찮나.”

- 2014. 12. 26 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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