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차 아이는 이제 손을 양쪽으로 쭉 펼칠 수 있다.

얼마 전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다녀왔다. 카셰어링을 통해 차를 빌렸다. 돈은 좀 들었지만, 편하게 다녀왔다. 문제는 차를 집 앞에 세운 뒤였다. 아내는 아이를 안았고, 나는 젖병, 보온병, 기저귀, 물티슈, 도시락통 등이 든 가방을 한 손에 들었다. 나머지 한 손에는 유모차와 카메라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5층을 걸어 올라갔다. 헉헉 숨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년 전 우리 부부는 서울 북가좌동 5층 빌라 꼭대기 층에 신혼집을 차렸다. 빚을 최소화해 작은 집을 얻고, 나중에 돈을 모아 넓은 집으로 가자고 약속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건, 젊은 신혼부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서울에 1억 원이 안 되는 전셋값으로 깨끗한 보금자리를 얻었다는 생각에 다리 아픈 줄 몰랐다. 운동도 된다고 생각하니,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참 죄송한 일이다. 보통 5층을 걸어 오르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오르시던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무거운 택배를 5층까지 배달해주는 택배기사님도 안쓰럽다. 아내가 냉장고에 택배기사님들을 위한 음료수를 준비해놓았다.

아이가 태어난 뒤, 우리 부부에게도 5층을 오르내리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갓 5개월에 접어든 아이와 외출할 때면 짐은 한 보따리였다. 계단을 내려갈 땐 그나마 낫다. 8kg가 넘는 아이를 안은 아내는 5층을 오르며 적어도 두 번은 멈춰 서 숨을 돌려야 했다.

아이가 클수록 아내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나 역시 짐을 여러 차례 오르내려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우리 부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유모차를 1층에 놔뒀다. ‘누가 가져가진 않겠지...’

다리 힘은 어찌나 세졌는지. 발차기 맞으면 아프다^^

결국 우리 부부는 이사 가자고 외쳤다. 는 8월 전세계약을 끝으로 신혼집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되도록 엘리베이터가 있고, 지금보다는 조금 더 넓은 집으로 가려 한다. 빚은 꽤 내야할 것 같다. 선택지는 작은 아파트나 최신 빌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식구는 어디로 가야할까. 난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좋다. 동네에 정이 들었다. 불광천이 멀지 않아, 언젠가 아이를 트레일러에 태우고 한강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또 회사에서 가깝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육아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아내도 가을엔 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다. 간혹 우리 부부가 어려울 때 아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하다.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본가는 안양이지만 부모님이 밤늦은 시간까지 노래방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아이를 돌봐줄 수 없다. 처가는 포항이다. 아이를 포항에 내려 보낼까 고민도 하지만, 이 역시 쉬운 결정이 아니다.

아내에게는 서울 우이동에 제2의 처가가 있다. 바로 처형네다. 직장맘인 처형은 8살과 4살 딸들을 시댁의 도움을 받아 키우고 있다. 이곳에 가면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거기다 아이들끼리 자주 어울릴 수 있으니.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우리가 원하는 작은 아파트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빌라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이동으로 가면 아내와 내가 길바닥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내가 사랑하는 한강에서도 멀어진다. 고민이 깊어진다.

결정의 시간이 멀지 않았다. 우리 세 식구의 집은 어디가 될까. 정들고 한강이 가까운 북가좌동일지, 처형이 있는 우이동일지, 아니면 우리 예산에 맞춘 제3의 곳일지. 우주는 아이를 중심으로 돈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결정하게 될 것이다.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04.21 13:27

    밝고 씩씩한 부부의 앞날에 화이팅을 외칩니다~! ^^

  2. 커스다마토 2015.04.22 13:51

    이사갈 집도 돈도 있고 그곳이 지금보다 더 낫다면 가셔야지요.

    저희도 큰아이 초등학교 보낼즈음 이사를 결심했는데 결국 돈이 없어 못갔어요. 집사람에게 사나이 발닿는 곳이 고향이다 선언하고 우리가 동네를 바꾸자해서 빌라 이웃들과 먼저 인사하고 과자,과일 나누다보니 마음맞는 우리 빌라 5층과 2층 가족이 서로 집에 초대하고 친해졌어요.

    어린이집 아이 친구 부모들과 인사하며 아이들 집에 놀러오라 했어요. 그 부모들 타고 알음알음 친해져 동네에 아는 사람들이 꽤 생겼어요. 아이들은 인사할 사람이 많아지고 놀러갈 집도 많아졌어요. 애들 맡기고 일보러 가라고 우리가 먼저 말하고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이 동네서 떠나기 싫어졌어요. 4층 올라올때 즐거워졌어요. 가뜩이나 운동 부족한데 좋잖아요. 옥상에서 빨래널며 가끔 5층 어르신과 수다도 떨어요. 혹시 이사가지 못하시면 저처럼 그냥 눌러앉아 바꿔버리세요. 봄이 아빠께 근사한 미래가 있길 바래요.

    • 2015.04.22 13:59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선기자 2015.04.22 17:53 신고

      생생한 경험에 기초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 들으니 고민이 깊어집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선생님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3.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04.22 15:55

    이사 가셔야 할 듯...^^

  4. 2015.04.24 20:22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선기자 2015.04.26 01:31 신고

      좋은 말씀 감사하고 힘이 나네요^^ 님도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창동도 알아봐야겠네요~

  5. 초록지붕 2015.07.24 10:59

    우주는 아이를 중심으로 돈다

    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저희 언니가 아기들을 키우는걸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공감이 많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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