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나는 오늘 나의 엄마에게 너를 맡기고 나와 일을 하고 있다.

네가 80일쯤 됐을 때,

'100일 만에 복직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한 뒤.

차오르는 답답함과 날로 커지는 피로감에

수도 없이 짜증을 내고, 몇 번을 울고, 몇 번을 포항으로 내달았지.

그럼에도 나는 또 이렇게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다.

 

엄마가 되어도 나는 아직 철딱서니 없는 딸인지라

여전히 "엄마, 나 힘들어! 엄마가 해줘"라며

이제는 육아전선에서 은퇴해도 마땅한 엄마를 다시 불러들였지.

 

아이야.

나는 몇 푼을 벌겠다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할머니 등에 업혀서도 눈은 늘 나를 따르던 너를 두고.

엄마 껌 딱지인 손주라 더 힘에 부치는 나의 엄마를 두고.

 

10kg에 육박하는 널 업은 나의 엄마는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프다.

나의 엄마의 주름이 나로 인해 더 깊어지는 듯하여 마음이 아린다.

 

아이야.

너는 기억할 수 있겠니?

외할머니의 사랑을.

나는 네가 그 사랑을 잊으면 진심으로 섭섭하고 화가 날 것 같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가장 화가 날 것 같다.

환갑에 다다른 엄마를 다시 육아전선에 끌어오고,

엄마가 필요한 너를 할머니 등에 둔 나의 무능력함에.

 

아이야.

우리 기억하자. 외할머니의 사랑을.

어여 일 끝내고 너와 나의 엄마에게로 달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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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는 처음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된 지 244일째  (8) 2015.08.10
  1. 최경준 2015.08.11 10:11 신고

    글을 읽는데... 갑자기 울컥하네요... 엄마와 아이에 대한 미안함. 1000만배 공감하고 갑니다.... 힘 내세요.^^

    • BlogIcon 봄이엄마 2015.08.11 23:20 신고

      미안해도.. 지금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아자아자!!^^

  2. BlogIcon 에카사엘 2015.08.11 10:35 신고

    울컥하네요ㅠㅠ 전 전업주부라 워킹맘의 아픔을 다 알수 없지만 친정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은 똑같은거 같아요~~ 알면서도 친정가면 엄마앞에서 철없는 딸이 되는듯~~

    • BlogIcon 봄이엄마 2015.08.11 23:21 신고

      전업주부도 워킹맘도 모두 너무 힘든 것 같아요. 그냥... "엄마"라는 거 자체가! 파이팅입니다!!

  3. BlogIcon aquaplanet 2015.08.11 11:15 신고

    ㅜㅜ 아이에게 더 시간을 못써줘서 미안하고 답답하고 친정엄마께 한번 더 미안하고 고맙고..
    우리나라 엄마들이 가지고있는 마음인것같아요 ㅠ

    • BlogIcon 봄이엄마 2015.08.11 23:22 신고

      친정엄마에게는 늘 미안함만.. 미안해서 더 짜증내고 응석부리게 되는... 이상한 논리예요.^^

  4. BlogIcon 회복맨 2015.09.20 03:23 신고

    아... 왜이리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마지막 글을 읽고 심장이 고장난거 같습니다 ㅠㅠ

  5. BlogIcon 아름다운생각 2015.09.20 07:31 신고

    글 정말 잘쓰신다... 남다르다~ 싶어 보니 기자셨군요.
    임신 4개월차 회사원인데,,, 나중에 저도 애 떼어놓고 일다니는 날이 오겠지싶어요.
    부모님께는,,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 늘 있는 것 같아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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