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머리맡에 어린이집 가방을 두고 쿨쿨 자고 있다.

며칠 전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 OOO 어린이집이에요. 한 자리가 났어요."

아내는 놀라 "?"라고 외쳤다. 얼마 전, 우리 부부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집 주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도 대기자가 많아 보낼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걸려온 어린이집 전화였다. 며칠 뒤부터 0세 반 한 반을 더 만든다고 했다. 날짜가 급박해서인지 우리 앞 순위의 대기자들은 모두 거절한 것 같았다. 민간 어린이집이었지만, 기약없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아내는 온 집안에 '비상'을 걸었다. 이 기쁜 소식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렸다. 이제 아내도 육아에서 벗어나 사회에 복귀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집에 갈 아이가 측은했지만, 한편으로는 육아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될 아내의 모습에 흐뭇했다.

그날 집에 가서 집 전체를 놀이터 삼아 곳곳을 기어 다니는 아이를 붙들고 한참 얘기했다.

"너 어린이집에서 잘할 수 있겠어? 너 태어나서 1년 만에 첫 사회생활 하는 거야. 친구들이랑 잘 지낼 수 있겠어? 아빠는 괜히 마음이 짠해..."

아이는 그저 실실 웃는다. 그러곤 내 품을 벗어나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상담날까지 우리 부부는 몇 번이나 길을 돌아서 그 어린이집 앞을 지나갔다. 우리 아이의 첫 어린이집은 겉보기엔 평범했다. 어떤 곳일까. 어떤 선생님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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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고 쪼그려 앉을 수 있을 만큼 컸다. 하지만 나에겐 아직도 너무 연약한 존재다.

그날이 왔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에 갔다. 어린이집은 집에서 5분 거리다. 그런데 그 5분이 참 길었다.

원장님과 마주 앉았다. 아내가 원장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 아이를 품은 나는 원장실 곳곳을 살폈다. 벽에는 온갖 알림 사항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책장까지 모두 살폈다. 곧 원장님은 우리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우리 아이와 함께할 아이들이 있었다. 방은 깔끔했지만, 전체적으로 낡아보였다. 장난감이나 시설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카펫도 색이 많이 바랬다. 방 온도가 높지 않아 아이가 쌀쌀할 것 같았다.

괜히 마음이 짠했다. 아내와 내가 집에서 아이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키웠는데, 이런 낡은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니. 그 생각을 하니 콧날이 시큰거렸다. 좋은 곳에 보내지 못해 아이한테 미안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차버리면, 아이를 언제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아내는 더욱 지치겠지. 그럼에도 말을 해야 했다. 짧은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솔직히 아내에게 말했다. “마음에 안 들어요.”

아내는 처형과 친구에게 전화를 돌렸다. 여러 의견을 듣고난 후 아내는 선생님들을 믿고 한번 보내보자고 했다. 어린이집 원장님은 그 얘기를 했었다. “우리 어린이집 선생님을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지 않게 하는 게 원칙이라고. 이렇게 근무시간이 보장되면 선생님도 아이에게 더 잘 대해줄 수 있겠지. 부디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를. 고민 끝에 가까스로 아내에게 말했다. 

그래요. 어린이집에 보냅시다. 

글을 쓰고 있는 새벽 잠든 아이를 보니, 피천득의 기다림이 떠올랐다. 나도 어느새 아이를 작은 학교에 보내는 아빠가 됐다.


기다림 피천득

 

아빠는 유리창으로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뒷머리 모습을 더듬어

아빠는 너를 금방 찾아냈다

 

너는 선생님을 쳐다보고

웃고 있었다

 

아빠는 운동장에서

종 칠 때는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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