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대형마트에는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수유실이 있다. 몇 번 큰 도움을 받았다.

요즘 아이를 데리고 바깥에 나갈 때 조심스럽다. 최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맘충이라는 말 때문이다. 이 단어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그렇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내 아이가 민폐를 끼쳐도 아이를 두둔하는 일부 부모에 대한 반감이 큰 것 같다.

나 역시 무개념 부모에 대해 비판적이다. 부모가 된 뒤 외출할 때면, 나와 우리 아이가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할 때가 많다. 아이는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언제든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가 걷고 뛰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지금도 걱정이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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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외식하러 나갔다. 버스 안에서 아이는 기분이 좋은지 내 품에 안겨있으면서도 이리저리 뒤적였다. 손을 뻗고 소리를 질렀다. 가끔 큰 소리를 내지르기도 했다. 다른 승객들의 눈치가 보였다. 아이한테 조용히 좀 해라고 나직이 말했다. 말을 못 알아듣는 아이한테 한 말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음식점에서 아이를 아기의자에 앉혔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이에게 좁은 의자는 무척 답답할 것이다. 아이는 가만히 있지 않고 칭얼거린다. 그나마 장난감을 쥐여주면, 10~20초가량 평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곧 아이는 장난감을 던진다. 아이는 다시 칭얼거리고, 바닥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어 다시 쥐여준다. 밥을 먹는 내내 반복되는 일이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면, 진땀이 나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옹알이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는 다른 이에겐 소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그럴 때면 말을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조용히 좀 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밥을 다 먹고 나오면서 내가 앉은 자리를 봤더니 꽤 지저분했다. 아이가 흘린 것들이다. 종업원 입장에서 아이가 있는 손님은 진상 손님일 것이다. 미안한 마음을 안고 나왔다.

아이와 외출했을 때 가장 난감한 상황은 아이 기저귀를 갈 때다. 수유실이나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종종 여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딸려 있는 곳이 있지만, 기저귀 교환대가 있는 남자 화장실은 보지 못한 것 같다.

며칠 전 한 성당에서 회사 후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아내 없이 아이를 데리고 갔다. 예식을 지켜본 뒤 피로연장에 내려왔다. 아이 기저귀를 확인했다. 기저귀가 얼마나 많은 오줌을 흡수했는지 많이 부풀어 올랐다. 어서 기저귀를 갈아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장실로 향했지만, 기저귀 교환대는 없었다.

여자 화장실에도 없는 것 같았다. 발을 동동 구르자, 지인의 아내가 대신 기저귀를 갈아주겠단다. 참 고맙고 미안했다. 마음만 받았다. 성당 곳곳을 살펴봤지만, 사람이 많아 기저귀를 갈 곳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조용한 장소를 발견했다. 입구에서 멈칫했지만 빠르게 아이 기저귀를 갈고 나왔다. 그곳은 미사를 드리는 성전이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아이 기저귀를 갈 때 정부에 감사했으면 좋겠다.


KTX에도 기저귀 교환대가 있다. KTX를 자주 이용하는 우리 가족에게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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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아이와 자주 외출을 할 것이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 음식점에서 밥도 먹을 것이다.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힘이 날 때가 더 많다. 사람들이 아이를 귀여워해주고, 무엇보다 종종 배려를 받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결혼식에 가는 길, 마을버스에 올라타자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이 일어났다. 그 한 자리는 선배의 아이에게 다시 양보했고, 나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결혼식장에서 후배에게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면 민망하다고 얘기했더니, 그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 “신경쓰지 마세요. 아이가 우는 게 당연하잖아요.” 참 고마운 말이다. 말 한마디가 적잖은 힘이 됐다. 아직 우리 사회는 혐오보다는 배려를 가르치기 좋은 곳이라 믿는다.


똑같이 나누자면서 10에서 절반이라고 내 손에 쥐어준 것은 돌아서보니 6이었다

- 황혜경 시인의 시 돌보는 부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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