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침 풍경. 아이가 늦잠 자는 아빠를 깨운다.

집주인이 우리 세 식구가 살고 있는 전셋집을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놓은 지 한 달 가까이 됐다. 지금까지 전셋집을 보러온 사람은 단 한 명이다.

2주 전의 일이다. 아내가 아이와 씨름하고 있던 평일 낮,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부동산 중개업자와 함께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시큰둥한 표정을 한 아주머니는 집을 휙 둘러보더니, 집이 아닌 아이에게 관심을 가졌다. "아기 냄새가 나네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1분 남짓 되는 시간이었단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에 집을 보러온 사람은 없었다.

전세 계약 만료는 두 달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전셋집은 나가지 않고 있다. 집주인 쪽 부동산 중개업자는 "요즘 전세가 없어서, 집이 금방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집주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전셋값보다 3000만 원 더 비싸게 내놓았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비싼 편인 것 같다. 전셋값을 내리지 않는 이상, 이 집에 살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연스레 우리 세 식구의 새로운 보금자리 구하기는 잠시 미뤄졌다. 그렇게 답답한 시간을 보내던 며칠 전, 내 휴대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집주인이었다. 지금까지 부동산 중개업자를 사이에 두고 소통을 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집주인과 하는 첫 통화였다. 다소 긴장됐다.

집주인은 빚내서 집을 샀는데, 집값이 오르지 않아서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셨군요따위의 추임새를 넣었다. 방심하던 차에 뭔가 훅 들어왔다. 집주인의 말이다.

"집을 팔려고 합니다."

전셋집도 안 나가는 마당에, 집을 판다니. 조짐이 좋지 않다. 빚이 있다는 넋두리와 비교적 비싼 전셋값을 감안하면, 집주인이 비싸게 집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두 번째 훅이 들어왔다.

"집은 팔릴 겁니다. 다만, 혹시라도 집이 전세 계약 만료 전에 안 팔릴 수도 있어요. 그럴 땐 내가 두 달의 여유를 줄 수 있어요."

두 달의 여유? 무슨 말이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주인이 말하는 여유는 우리 세 식구에게는 달가운 말이 아니었다. 계약 만료 이후 두 달 더 살게 해주겠다는 건데, 그 기간 동안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 전셋집은 좁고, 5층인 탓에 아내가 무척 힘들어한다. 우린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집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선생님께서는 여유라고 말씀하시는데, 저희에게는 여유가 아니에요. 저희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8월 초 전에 이사를 가는 게 목표거든요."

계약이 만료되는 즉시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얘기를 바로 하지 못하고, 에둘러 표현했다. 집주인은 내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몇 번이나 그러니까 두 달의 여유를 준다고요라고 말했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얘기를 바로 꺼내는 건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우선 선생님이 집을 팔기로 했다는 것만 들은 걸로 할게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희 전세 계약 만료 전에 집이 팔리거라 믿어요. 혹시라도 그렇지 않은 상황이 예상되면, 그때 가서 논의하시죠."

곧 전화를 끊었다. 복잡한 생각이 밀려들었다. 아내와 통화했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그저 어서 빨리 집이 팔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쉽지 않은 이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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