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언제 클래?

우리 가족은 한 달만에 다시 뭉쳤다. 설 연휴 때 아내와 아이는 처가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다. ‘이제 우리 가족, 행복하게 지낼 일만 남았다.’

하지만 서울로 올라온 첫 날, 아내는 일어나지 못했다. 잇몸이 부어, 밥을 먹지 못했다. 같이 올라온 장모님이 해주신 죽을 먹어야 했다. 머리도 아프다고 했다. 두통약을 먹었다. 다행히 모유 수유에 지장이 없는 약이 있었다.

아내의 통증은 갈수록 커졌다. 이튿날 치과에 갔더니, 사랑니 때문에 잇몸이 부은 것이라고 했다. 의사는 잇몸이 가라앉은 다음에야, 사랑니를 뽑을 수 있다고 했다. 잇몸 치료를 하고 진통제를 먹었지만, 낫지 않았다. 모유수유를 하느라 밤에 잠도 못자는 아내는 치통에 점점 지쳐갔다.

어금니에서 시작된 통증은 앞니까지 번졌고, 급기야 귀까지 아파왔다. 아내의 통증은 며칠이 지나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병원을 옮기고 약도 바꿔봤지만 듣지 않았다. 아내는 새벽에 몇 번이나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잠을 깼다.

며칠 전 일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내였다.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치과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너무 아파 항생제를 먹으려고요. 모유수유를 끊어야할 것 같아요.” 아내의 목소리는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아내는 질금을 먹었어요라며 엉엉 울었다. 질금(엿기름)은 젖을 말리게 한다. 수유를 하지 않으면 젖이 차 아내의 가슴이 붓는다. 아내에게 큰 고통이다. 그래서 아예 젖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아내도 나도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로 아내가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 혼자 잠 못 자고 수유하느라 고생했어요. 80일간 모유수유 한 것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에요."

"이제야 편해졌잖아요. 젖도 잘 나오고, 아이도 편하게 젖을 빨고. 근데 하필 왜 지금 아파서. 내가 스스로 끊으면 모르겠는데, 오늘 아이한테 충분히 수유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모유수유를 못하면, 나쁜 엄마가 되는 시대다. 잠 못 자고 수유를 하느라 아내가 말라가는데도, “힘들면 모유수유 끊어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분유값도 아끼고 나도 잠을 푹 잘 수 있다는 얄팍한 마음도 있었다. 아내는 이미 출산 전 몸무게로 돌아왔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제 더 이상 모유수유를 못해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아내의 모습에 울컥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아내에게 말했다. “그럼 당신 맥주 먹을 수 있겠네요.” 내 실없는 농담에 아내는 그제야 웃었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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