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품에 안는 건, 감동적인 일이다.

며칠 전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떠났다. 친정으로 갔다. 아이를 위해서다. 난 '기러기 아빠'가 됐다. 아내 품에 안긴 아이를 받아 내 품에 두는 건 퇴근 후의 큰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이젠 쓸쓸히 현관문을 열어야 한다.

우리 집은 춥다. 빌라촌 한가운데에 있는 집이라 낮에 볕이 잘 들지 않는다. 추운 건 보일러를 빵빵 틀면 해결된다. 문제는 아이를 씻기는 일이다. 욕실에 딸린 작은 창문은 베란다로 향해있다. 베란다는 이중창이 아닌 탓에, 웃풍이 스며든다. 이곳에서 아이를 씻길 수는 없다.

아이를 위해 처형 네로 피난을 갔다. 아파트는 역시 좋다. 하지만 계속 신세를 질 수 없는 일이다. 마침 아내의 몸조리를 돕던 장모님도 곧 내려가야 했다. 고민 끝에, 아내는 전격 포항행을 외쳤다.

곧 아내와 아이가 떠났다. 며칠 기러기 아빠 생활을 했다. 아내에게 하루 종일 아이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졸랐고, 퇴근하면 영상통화로 아이의 모습을 봤다. 아내에게 집에 가니 좋겠네라고 몇 번 말했다. 날 홀로 둔 채 따뜻하고 편안한 친정에서 아이와 즐거워하는 모습에 샘이 나서 나온 말일 터다.

아내는 딱 한 번, 자신의 모습을 사진 찍어 보낸 일이 있다. 늦은 밤 아이를 재우고 지친 모습이었다. 우스갯소리로 거지꼴이라고 놀려대기도 했다.

금요일 퇴근 후, 밤 기차를 타고 처가로 향했다. 일요일 오후에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하지만, 하루라도 아이를 직접 보고 싶었다. 새벽이 돼서야, 처가에 닿았다. 우리 부자는 며칠 만에 조우했다. 아이는 무슨 일인가 싶었겠지만, 난 몇 달 만에 아이를 만난 것처럼 부비부비했다.

곧 아이를 내 옆에 두고 잠을 청했다. “오늘 밤은 내가 아이를 볼게.” 그동안 밤잠을 설쳤을 장모님과 아내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 아내, 아이가 한 방을 썼다. 1시간 뒤 아이가 울자, 기저귀를 확인하고 젖병을 물렸다. 며칠 안 했다고, 어색하다. 젖병을 다 비웠지만 아이는 계속 칭얼댄다. 결국 아내가 나섰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 이게 아닌데...’ 처음엔 아이와 밤을 지새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들 바보아빠니까. 그런데 정작 새벽에 아이가 울자 피곤함에 몸이 무거웠다. 아이를 달래는 아내에게 말했다. “갑자기 피곤하네, 난 좀 잘게.” 그러곤 아침까지 잤다. 아이가 똥을 많이 싸는 바람에 놀란 아내의 비명 탓에 깼다. 아내는 밤을 새웠다고 했다.

오늘 아이를 안고 집안 이곳저곳을 서성였다. 아이가 며칠 동안 자란 것 같다. 누군가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하루 종일 안아 달래고, 끊임없이 먹이고 재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멀리서 사진과 영상통화로 바라보는 건 쉽다. 글을 쓰는 이 순간, 장모님은 아이를 안고 소파에서 잠이 드셨다. 난 오후에 피곤하다며 드러누웠는데. 참 못난 남편, 못난 사위, 못난 아빠다.

아내와 장모님을 위해, 우리 부자의 관계를 위해, 오늘은 내가 아이를 책임져야겠다. 오늘 밤은 불토.

- 2015. 1. 24 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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