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작은 발, 앞으로 건강하게 자라길.


1231일의 일이다. 늦은 밤까지 칭얼대던 선율이가 잠이 든 건 새벽 2시가 지나서였다. 그제야 잠깐의 평온이 찾아왔다. 아이는 어김없이 3시간 뒤 큰 소리로 울어대며 깰 것이다. 그때까지 잠을 자둬야 한다. 피곤에 찌든 우리 부부는 얼른 불을 끄고 누웠다. 모유 수유로 지친 아내에게 아이가 울면 유축해놓은 모유를 먹이겠으니, 푹 자라고 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난 잠들지 못했다. 아이의 숨소리 때문이다.

그르렁, 그르렁...

코가 막혔는지 숨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르렁 소리가 사라진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도 모르게 몸이 튕겨져 나가, 아이의 얼굴에 내 얼굴을 묻었다. 숨결이 느껴진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다시 그르렁, 그르렁. 걱정이 커진다.

그렇게 몇 번이나 진땀을 뺐는지 모르겠다. 새벽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에 배고파 깨어난 아이는 아내가 유축해놓은 모유를 먹고도 계속 보챘다. 어르고 달래도 아이는 낑낑 대며 잠들지 못했다. 아이도 나도 불면의 밤을 보냈다. 새벽 6시쯤 난 장렬히 전사했다. 아내에게 칭얼대는 아이를 떠맡긴 채.

요새 우리 아이가 어디 아픈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생후 100일까지 엄마의 면역력을 지니고 있어 크게 아프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다행히 건강하다. 그럼에도 그르렁거리며 숨 쉬는 아이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비염이 있는 아내는 아이의 거친 숨소리가 자기 탓인 것 같다며 마음 아파한다.

아이가 태어난 후 아내가 처음 눈물을 흘린 것도 아이의 그르렁 탓이다. 아이는 조리원 신생아실에 있을 때부터 숨을 힘들게 쉬었다. 아이 얼굴 옆에는 항상 젖은 손수건이 놓였다. 조리원에서는 아이가 열도 없고 분유도 잘 먹으니 아픈 게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를 다른 아이들로부터 떼어놓아 구석진 곳에 눕혔다.

특히, 한 조리원 선생님은 아내가 방을 건조하게 해놓은 탓이라고 말했다. 그날 아내는 울음을 터트렸다. 늦은 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처형과 오랜 통화를 한 후에야 잠이 들었다. 아내는 이후 조리원을 찾은 소아과 의사로부터 "아이는 아픈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서야 숨을 돌렸다.

아이가 집에 온 후, 우리 부부는 유명한 코 세정제 피지오머를 사용했다. 다소 효과가 있지만, 아이는 다시 그르렁거린다. 적정 온·습도를 맞추고 코막힘에 좋다는 올바스 오일을 가습기에 넣고 사용하지만, 그르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종종 아이의 얼굴이 시뻘게지는 모습에 화들짝 놀랜다. 다른 아이도 이런 행동을 하지만, 우리 아이는 더 자주하는 것 같다.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 아내는 병원에 가보자고 한다. 아이의 조그마한 행동 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 다들 아이를 키우면서, 아픈 아이를 업고 새벽 응급실을 여러 번 찾는다고 한다. 그때 얼마나 가슴이 떨릴까.

새해가 밝자 소원 하나를 빌었다. 우리 아이, 안 아프고 건강하게 크게 해달라고. 차라리 내가 아프도록 해달라고.

- 2015. 1. 3. 저녁 아빠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