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후배들의 기저귀 선물

봄이야.

봄이가 태어난 지도 어느덧 열하루가 지났네. 네가 태어나던 그 순간이 어제 일인 것처럼 생생한데, 넌 벌써 그때의 네가 아니구나. 3.18kg로 태어났는데, 지금은 3.72kg. 정말 많이 컸단다. 조리원에서 넌 식탐이 많다고 소문났어. 잘 먹고 건강한 네 모습에 엄마 아빠는 흐뭇해. 그런데 말야, 엄마는 좀 힘들단다.

네가 태어날 때, 엄마는 많이 아팠어. 평생의 식은땀을 그날 다 흘린 것 같았지. 너를 낳은 뒤에도 엄마의 식은땀은 마를 날이 없어. 네가 더욱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엄마는 매일 젖을 짜고 있어. 출산의 고통보다 크다는 젖몸살을 겪었고, 매일 통곡의 마사지도 받았어. 그제야 조금씩 네가 엄마의 젖을 빨 수 있었단다. 어느 날 새벽 홀로 의자에 앉아 네게 먹일 젖을 짜던, 네 엄마, 아니 내 아내의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단다.

엄마는 네 걱정에 눈물짓기도 했어. 봄이가 킁킁거려서 어디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많았거든. 엄마는 봄이가 건강하길 빌었고, 다행히 아픈 데는 없었단다. 네가 앞으로 건강하게 자란다면, 그건 너를 향한 엄마의 사랑 때문일거야. 지금은 엄마의 품에 안겨 험난한 세상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만, 먼 훗날엔 네가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기를 바랄게.

엄마가 너를 낳기 며칠 전, 네 외할머니가 집에 오셨어. 외할머니는 너를 위해 집 구석구석 깨끗하게 청소했어. 네가 뒹굴 이불과 네가 입을 옷들을 모두 깨끗하게 빨고, 가지런히 정리했어. 난 엄두도 못 냈는데 말야. 외할머니는 그렇게 네 첫 보금자리를 꾸렸어. 며칠 뒤면, 넌 조리원에서 나와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함께 집에서 지낼 거야. 넌 그곳에서 외할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겠지.

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듬직한 이모가 있어. 네가 세상의 쓴맛을 보게 된다면, 제일 먼저 엄마 아빠가 아닌 이모에게 연락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거야. 어떤 문제건, 이모가 다 해결할거야. 넌 벌써 부자야. 네 첫 번째 탈것인 유모차를 비롯해 네 짐은 아빠 것보다 많아. 모두 이모의 선물이란다. 사실 네 사촌누나들이 사용한 건데, 아주 깨끗해. 이모가 외할아버지 댁에 차곡차곡 쌓아뒀거든. 그리고 봄이가 목욕할 작은 욕조도 이모의 선물이야. 너의 첫 디즈니 상품도 이모가 사준 옷이야.

봄이의 외할아버지는 네가 조리원에서 킁킁 거린다니까, 가습기를 바로 주문하셨어. 봄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마트만 가면 네 옷을 사느라 정신 없으셔. 네 작은 아빠와 작은 엄마는 너의 건강한 탄생과 성장을 기도했어. 예쁜 옷도 사줬단다.

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봄이를 사랑했어. 가족뿐만 아니라 봄이의 엄마 아빠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세상에 나오기를 기도했단다. 그래서일까, 봄이는 건강하게 탄생했고 건강하게 크고 있어.

아빠의 선배는 네게 필요한 것들을 한가득 보냈어. 아빠의 후배는 봄이가 건강하게 입을 수 있도록 유기농 옷을 선물했어. 아빠와 엄마의 친구들은 잠깐이나마 너를 보기 위해 멀리서 예쁜 옷을 사들고 왔어. 널 향한 엄마 친구와 후배들의 사랑도 만만치 않아. 집에 기저귀와 옷이 한가득이야.

봄이야. 앞으로 살아가면서 힘든 날이 많을 거야. 어떤 날은 세상이 널 배신한 듯 참 외롭고 서러울 거야. 그럴 때마다 네 탄생을 축복했던, 그리고 너를 많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렴. 큰 힘이 될 거야. 그리고 네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받았던 사랑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답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말이 너무 많았지. 이만 줄일게.

2014. 12. 22 새벽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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