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6시는 환희와 긴장이 뒤섞이는 순간이다. 그때 신생아실은 청소와 소독을 한다. 봄이는 아내가 생활하는 조리원 217호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지낸다. 아내 혼자 봄이를 보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초보 엄마 아빠가 진땀을 빼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난 오후 6시가 기다려진다. 아빠인 내가 봄이를 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오늘 오후 6시 아내는 저녁을 먹고 홀로 방으로 들어왔다. 봄이를 기다렸던 내 표정에 실망감이 역력했나 보다. 아내는 내 표정을 읽고는 웃음을 바닥에 흘리며 바로 봄이를 데려왔다. 내 얼굴에 화색이 돈다. 봄이와의 눈맞춤을 1분도 늦출 수 없다! 봄이가 세상에 나올 때는 덤덤했다. 그때 장모님이 내게 소감을 물었는데 "잘 모르겠어요, 어떨떨해요"라고 답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새 '아들바보' 아빠가 돼 있었다.

봄이가 내 품에 안긴다. 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어쩜 이렇게 귀여울 수가! 참 잘생겼다! 앞으로 더 잘생겨질 우리 봄이. 이런 저런 표정도 참 귀엽다. 하지만 부자간의 즐거운 시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봄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방이 떠나갈듯 운다. 내 품이 불편한가 보다. 자세를 바꾸어본다. 하지만 봄이의 울음소리가 더 커진다. 좀 쉬려했던 아내가 소환된다. 봄이를 안고 좁은 방을 왔다 갔다하며 봄이를 달랜다.

봄이는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아기들이 우는 이유는 보통 '배고프다'는 뜻이다. 하지만 봄이는 좀 전에 분유를 가득 먹었더랬다. 그럼, 왜 우는 걸까. 봄이가 아내의 젖을 물도록 준비한다. 아직 젖이 나오지 않아서 젖꼭지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엔 울음을 그치며 젖꼭지를 쪽쪽 빨지만, 또 운다. 아내의 얼굴에 식은땀이 맺힌다. 혹시 어디 아파서 우는 건 아닐까. 방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아내가 수유실에 갔다 오더니, 분유가 반쯤 담긴 젖병을 받아왔다. 봄이를 안고 젖병을 물렸다. 열심히 먹는다. 배고팠구나... 얼굴에 허탈한 웃음이 스친다. 조리원에서도 식탐이 많기로 소문난 봄이다. 앞으로 어쩌려고 그러니. 배고픔이 가시니 울음을 그친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내는 다시 봄이를 안고 좁은 방을 돌아다니며 토닥토닥 한다. 봄이가 눈을 감는다.

그렇게 한바탕하니, 봄이와 헤어져야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아빠 노릇을 하겠다며 봄이를 받아 안는다. 이내 울음이 터져나오는 봄이. 아, 서운하다. 부자지간의 정은 언제쯤 깊어질고.

- 2014. 12. 14 밤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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